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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치마 입은 여성’ 픽토그램


12일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서 정부가 비상구 표지판 속 그림에 ‘치마 입은 여성’을 넣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다만, 보도내용에는 “해당 사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며, 새 도안의 경우 정부 시안이 아닌 임의로 삽입된 것이다. 전문가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보완해 나가겠다,”라는 행안부 관계자의 발언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이 사안과 관련하여 일부에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일자, 행안부는 “디자인을 변경하더라도 기존의 유도등 교체가 아니라 신규 설치 유도등에 적용할 예정이기에 예산 낭비의 우려는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설명 자료를 내놓으면서 사태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이 같은 해프닝을 보면서, 우리 바른인권여성연합(이하 바연)은 보수적 여성운동을 지향하는 여성단체로서 논평을 통해 몇 가지 짧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러한 픽토그램 변경 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를 ‘구조적 성차별 사회’로 단죄해 온 대다수 여성단체가 ‘남성 위주’로 제작돼왔던 일상 속 표지판, 사물, 가구 등이 ‘성차별적’이라는 민원을 끈질기게 제기해 온 결과 거두게 된 여성주의의 승리인가? 우리는 단호하게 "아니다!"를 외친다. 이 해프닝은 일상 속 ‘성차별’에 대한 시정 요구가 왜곡되어 ‘치마 입은 여성’ 도안을 통해 도리어 성별 고정을 부추기는 시대에 역행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여성=치마’를 연상시키는 픽토그램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구시대적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픽토그램을 여성화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가 현대 사회상을 반영해 이런 일상생활 속 변화를 주도한다면 국제적으로도 좋은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비상구 표지판에 ‘치마 입은 여성’을 넣는 것이 ‘현대 사회상의 반영’이라는 생각은 19세기 초반에나 어울릴 법하다,


둘째 정부가 단순히 민원을 핑계로 이런 정책을 시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맞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정책들 가운데 국민이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채 특정 집단의 집요한 요구를 수용하여 시행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세미 손뜨개나 양봉 체험프로그램 등을 성인지예산으로 시행한 것이다. 국민의 실질적인 삶을 보살피려면 현장에 대한 실증적 자료들을 근거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비상구 표지판에 ‘치마 입은 여성’을 넣어야 한다면, 최소한 실제 비상시에 기존의 표지판 그림으로 인해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사례들이 속출한다는 실증 자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사례를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기존의 픽토그램 이미지를 남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행안부에서는 유형별로 여러 개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재난 대피소를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는 단순명료한 정보를 통해서 꼭 필요한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행안부가 복잡한 재난 대피소를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신규로 설치될 피난 유도등 픽토그램에만 여성화된 이미지를 넣는다면 비상구 표지판 이미지가 불필요한 두 개 이상의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유도등의 기능 자체를 도리어 방해할 수 있다. 세금 낭비라는 여론에 대한 행안부의 설익은 설명 자체가 결국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우스운 상황을 자초했다.


행안부는 이번 ‘비상구 표지판 픽토그램 여성화’에 대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한 발 뺐다. 여성단체의 민원으로 인해서 일상 속 성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을 이번 사안은 도리어 성별 고정관념에 고착된 시대착오적 시도이며, 세금 낭비를 초래하는 비합리적·비효율적 시도라는 민원의 쇄도로 다시 슬그머니 사라지는 중이다. 현정부의 주관없는 여성정책의 현황을 보여준 씁쓸한 일례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차 중간 평가와도 같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전히 세계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pc주의에 고착화된 공무원들을 청산하지 못한 채 상식적인 일반 국민도 이해할 수 없는 ‘여성화된 픽토그램’ 같은 따위를 만들고 있으니, 보수정권이 들어섰다 해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좌클릭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상식에 벗어나 왜곡된 것들을 하루 속히 바로잡는 것! 윤 정부는 이것이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임을 직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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